Essays about <DOPA + Project : The Cosmic Race>
기획자 최고은은 총 4회에 걸쳐 에세이를 발표한다.
각각의 글은 회차별로 참여작가 1인의 작품과 맞닿아 전개된다.
이 에세이는 작품에 대한 크리틱이라기보다는 전시의 주제인 “우주적 인종”에 대한 사변적 클라우드(생각저장소)에 가깝다. 연혁적인 서술이나 작품에 대한 평가/설명보다는 가상적 역사이자, 작품과 호흡하는 스토리텔링이다.
에세이는 ‘헉슬리’라는 이름을 가진 가상인물이 써내려가는 일기의 형식을 취한다.
Essays about <DOPA + Project : The Cosmic Race>
Curator Goeun Choi presents a set of essays on a total of four.
Each article is developed in conjunction with an artwork of participating artists.
The essays are more of a speculative cloud (a repository of thoughts) for the exhibition's theme, "The Cosmic Race," rather than a "critic" for the artworks. It is a hypothetical history and storytelling that hints/reflexes with the artworks rather than an evaluation or explanation of the œuvre.
The essay takes the form of a diary in which a virtual character Mx. Huxley is written.
1. 2032년 12월 20일 - 날씨 맑음 ︎
“(...) CRISPR was used to alter the DNA of twin girls born in China. It marked the first time in history that humans edited the genetic code of a future generation.” (<Human Nature>; a documentary about the gene-editing tool CRISPR, 2019)
인간과 식물이 결합된 새로운 인종이 생겼다. 사람들은 그 새로운 인종을 우주적 인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나는 그녀를 만났다 ︎.
그녀의 첫인상은…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그들의 모습보다 평범했다. 식물의 형태이기는 해도 결국 사람의 머리카락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지,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같은 듯 다른 그녀와 스쿼시 연습에 대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누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시작해서인지 실력도 비슷한 것 같았다. 시험이 끝나면 한번 내기 게임을 치기로 약속했다. 그녀와 통하는 부분이 많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히려 하루가 지난 오늘에서야 어제의 경험을 되새기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아마도 어젯밤에 집에 와서 본 다큐멘터리가 한 몫을 한 것 같다. 내 생각에, 결국 이 다큐멘터리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계해야한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지난해에 우주적 인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우주적”이라는 단어와 결합된 인종 표현을 들으니 참 생소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듣고, 문득 몇 년 전에 읽었던 한나 아렌트의 글을 떠올렸다. 지구를 가장 핵심적인 인간의 조건으로 설명한 그녀의 글에 많이 공감했는데… 우주라니. 그녀는 인간이 끊임 없이 인공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이제 정말로 인공의 영역을 인종 안에 들여와버렸다. 결국에는 생명을 인공의 영역으로 잡아 끌었다...
이건 장기이식을 위해 돼지를 키우거나, 시험관 아기로 자식을 낳던 일들과는 다른 차원인 것이다. 이전에는 사람의 유전자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생명연장을 시도했다면, 이제는 유전자 자체를 편집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편집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그녀는 우리의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말로 내가 살아온 지구적인 경험을 넘어서는 상상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자유롭게 사고하는 존재이면서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지금 일기를 쓰면서도 수많은 공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고, 그러면서 궁금해졌다. 식물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어떤 미래를 상상할까? 내가 살아온 환경이 나에게 많은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해왔는데, 그녀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그녀에게는 대자연의 생명체가 모두 공동체로 느껴질까? 사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간이 소속감을 느끼고 수용하는 공동체의 크기는 점차 커진 것 같다. 가족에서 부족으로, 국가로, 그리고 제국의 시기를 넘어서 인류 전체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관계에 인간의 욕망이 개입되고 있는데, 가끔 미디어는 이것이 인류 공동의 숙제인 양 표현한다. 인간의 욕망과 상상력은 엄청난 활동성을 지닌 것 같다.
이제 인간의 일부가 되어버린 식물군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인간과 섞일 수 있는 식물은 인격을 부여받은 대상으로 지정된다고 했다. 그 외의 식물만이 식용으로 허용될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식물을 심미적 또는 실용적 대상으로 보았다. 나만의 고유한 취향을 기준삼아 식물을 인지해왔다. 이제는 사회가 식물에 부여한 가치와 계급이 나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혼란스럽다. 우주적 인종은 앞으로의 나의 윤리적 사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내가 좋아하던 람부탄이 이제 곧 식용금지 항목이 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슬프다︎. 내 친구 하나는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는지, 몰래 먹을거라고 한다.
식물모양의 머리를 가진 인간은 인간사회의 어떤 부분과 타협한 결과물일까? 또 어떤 제약을 만들어낼까?
이 우주적 인종이 태어나기까지 인간사에 어떤 선이 그어졌고... 앞으로 또 어디에 선이 그어질까?
#Heaven Lee #TheCosmicRace
1. December 20, 2032 - Sunny ︎
"(...) CRISPR was used to alter the DNA of twin girls born in China. It marked the first time in history that humans edited the genetic code of a future generation." (<Human Nature>; a documentary about the gene-editing tool CRISPR, 2019)
Now we have a new race that combines humans and plants. People call the new race ‘a cosmic race.’ And I finally met her yesterday ︎.
Her first impression was... It was more ordinary than what they had imagined seeing in the picture. Although it was a type of plant, it was not very different from human hair in the end, so I felt familiar to her for some reason. We talked about squash practice for a long time. It seems that we have quite similar skills as we started playing squash almost at the same time. We promised to play a game once the exam period is over. I had a lot of connections with her and talked about this and that.
Actually, I didn't think much at the moment. Rather, I had a lot of thoughts as I recall yesterday's experience today. Maybe the documentary I saw last night at home played a part. In my opinion, what this documentary eventually meant to say is to be wary of the arrogance of humans who think they know what's right.
I heard the word “Cosmic Race” last year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 For me, it was strange to hear a racial term combined with the word "cosmic." When I heard it, I remembered Hannah Arendt's writing. I sympathized a lot with her article describing the Earth and World as the human condition… Arendt explained that humans are constantly creating artificial things while connected to all other beings through life granted by nature. In that sense, humans are distinguished from animals in that they encompass both the natural and artificial worlds. But now we've brought the artificial world into the race. We combined nature with humans through the power of science and technology, and eventually dragged life into the artificial realm... This is very different from organ transplantation using pigs or test tube babies. Previously, human artificial life extension attempts were conducted in a way that respects the genetic characteristics of the person. However, it is now a world where genes are being edited. Humans born with selected and edited genes also affect later genes. It's really an imaginary result beyond the global experience I've been through.
Man is a free thinker and a social animal that lives together at the same time. While writing a diary now, many fantasies passed by my head, and I became curious. What kind of future would the plant-hair-lady imagine? The environment I've lived in has given me many criteria for value judgment, so what criteria does she have? Does she feel that all life forms of Mother Nature are her community? In fact, looking back at the history of mankind, the size of the community in which humans feel and accept belonging seems to have gradually increased. From family to tribe to country and beyond the Empire to the entire human race... Human desire is involved in the complex relationship between nature and human beings that cannot be explained in words, and sometimes the media expresses it as if it is a common task for mankind. Human desire and imagination seem to have tremendous activity.
I saw the news that plant groups that have now become part of humans are forbidden to eat. Plants that can be mixed with humans are given the same status as humans. Only other plants will be allowed to eat. I used to see plants as aesthetic or practical objects so far. I used to recognize plants based on my own unique taste. Now I'm confused that the values and classes society has placed on plants will affect my thinking. What changes will the cosmic race bring to my ethical thinking in the future? I'm already sad that my favorite Rambutan will soon be banned from eating ︎. One of my friends says he's not going to accept this change, and that he's going to eat it anyway secretly.
What kind of compromise did humans go through to create this new race? What other constraints will it create?
What line was drawn in human history until this cosmic race was born... Where else will the line be drawn?
#Heaven Lee #TheCosmicRace
References
Hannah Arendt, The Human Condition, Paju: Hangilsa, 2017.
Hannah Arendt, The Life of the Mind, Paju: prunsoop, 2019.
Human Nature, Directed by Adam Bolt, News and Guts Films, The Wonder Collaborative, 2019.
2. 2032년 12월 28일 - 날씨 맑음 ︎
꿈을 꿨다.
꿈속에서 외국인이 가마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봤다. 퀴어 축제와 반대 집회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 것으로 보아, 아마도 시청광장 근처였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사람을 태운 가마꾼들은 낡은 한복과 짚신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시청의 불협화음을 뚫고 경복궁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외국인보다 가마꾼들에 주목했던 것 같다. 가마꾼들의 복장이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였을까. 나는 이끌리듯 그들을 뒤따라갔다. 도로가 좌우로 세차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시공간이 변했고, 조선총독부 건물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때, 앞서가던 외국인이 잠사 가마에서 내리더니 조선총독부 건물을 배경으로 하여 가마꾼들의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없어진 조선총독부 건물을 배경으로…
︎
언제였더라? 부모님이 경복궁 일대의 역사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셨던 날이 있다. 두 분과 함께 전시를 보러 가는 길이었고, 나는 차창 너머로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다. 집회 때문인지 차가 꽤나 막혔지만 조선호텔, 덕수궁, 청계천, 광화문 광장 등 줄줄이 이어지는 랜드마크들은 아빠, 엄마가 지독한 교통체증을 지루하지 않게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부모님의 수많은 대화 내용 중 몇 가지만 기억이 난다. 조선시대 어느 시점부터 통상이나 외교 일을 보는 기관들이 정동 일대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각국에서 보낸 외국인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아, 그래서 지금도 이 주변에 여러 대사관이 있는 건가?’ 생각했다. 그때 부모님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다. 앞의 화제들과 달리 두 분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복궁의 중심을 가로막듯 세워졌다가 철거된 그 건물은 한국인에게, 특히 부모님 세대에게 특별한 분노의 대상으로 남은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건물을 통해 권력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복궁 안팎에 있다 없어진 수많은 건물들이야말로 그러한 역사의 흔적이랄까. 한 건물의 수명이 말해주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아, 아무래도 어젯밤 꿈은 경복궁 별빛야행 때문인가 보다︎. 선이가 별빛야행에서 경회루의 야경을 꼭 보고야 말겠다며 불꽃 티켓팅을 하더니, 접속 폭주를 뚫고 결국 2장을 건지는데 성공했다. 선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경회루는 사신을 접대하고 연회를 여는 장소로 사용되던 곳이어서 그런지 특히나 아름다운 것 같다.
아무래도 꿈에 등장한 그 외국인의 정체는 조선시대 때 한국에 온 사신이었나 보다. 아마도 왕의 초대를 받아 경회루에 가던 사신? 그래서 가마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었나 보다. 자신의 조선 생활을, 이곳에서의 특별한 하루를 여행기로 남기려고. 그 여행기에 첨부할 조선인과 조선 풍경의 사진이 필요해서. 옛날 옛적의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Ji Yoon Ahn #Gyeongbokgung Palace
2. December 28, 2032 - Sunny ︎
I had a dream.
In my dream, I saw a foreigner riding a palanquin passing by. As the sound of the Pride Parade and the opposition rally filled the place, it was probably near the City Hall Square. The palanquin bearers were wearing old hanbok in their straw sandals. They were heading towards Gyeongbokgung Palace through the dissonance of the Square. In my dream, I paid attention to palanquin bearers rather than the foreigner. Perhaps because their outfits felt so strange to me? I followed closely on the heels of them. The road swayed vigorously from side to side, and then the time and space changed in an instant. I found myself standing in front of the building of the Japanese Government-General of Korea. At that time, the foreigner got off the palanquin for a while and took pictures of the palanquin bearers with the building in the background. With the building that has been demolished and does not exist now...
︎
I can’t recall exactly when, but there was a day when my parents passionately talked about the history of Gyeongbokgung Palace. We were on our way to MMCA Seoul (art museum) to see an exhibition, and I was looking at people over the car window. There was quite a traffic jam that day, maybe because of the rally. However, a series of landmarks, including Chosun Hotel, Deoksugung Palace, Cheonggyecheon Stream and Gwanghwamun Square, allowed my mum and dad to overcome the terrible traffic jam.
I remember only a few of my parents' numerous conversations. Dad said that from some point in the Joseon Dynasty, institutions responsible for trade and diplomatic affairs began to settle near the City Hall station of today and foreigners lived nearby. When I heard that, I thought, "Oh, that's why there are still many embassies around here." At that time, my parents also talked about the building of the Japanese Government-General of Korea built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era. Unlike the previous topics, Unlike the previous topics, I remember their voices rising a ton. That building, which was built blocking the center of Gyeongbokgung Palace, seems to have left a special anger on Koreans, especially on the generation of parents. In the past and now, people tend to show off their power through buildings. Now I think about it, the numerous buildings inside and outside Gyeongbokgung Palace are traces of such history. There are so many things that a building's lifespan tells us.
Oh, I guess last night's dream was influenced by the night tour plan of Gyeongbokgung Palace ︎. Sunny was longing to see the night view of Gyeonghoeru of the Palace and she eventually managed to get two tickets for this Sunday. To be fair, the architecture of Gyeonghoeru looks especially beautiful to me also. Probably because it was used as a place to entertain envoys and hold banquets.
Perhaps the foreigner in my dream was an envoy who came to Korea during the Joseon Dynasty. And perhaps the envoy was heading to Gyeonghoeru at the invitation of the king? So I guess he got off the palanquin and took a picture to document his Joseon life as a travelogue. Feeling the need for photographs of Joseon people and landscapes to be attached in his travel writings. Like they were once upon a time.
#Ji Yoon Ahn #Gyeongbok Palace
References
Donsu Lee·Soon Woo Lee, Corea e Coreani, Seoul : Haneuljae, 2009.
3. 2033년 1월 6일 - 비옴 ︎
어제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매년 같이 신년회를 하곤 했는데 작년엔 못했지.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유독 흥이 올랐다. 말을 하도 많이해서 지금도 목이 따끔거린다. 목도 목이지만 너무 많이 마셨다… 기분 좋게 한두잔 마시다보니 주량을 훌쩍 넘겼다.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집 근처 공원이었다. 나는 그 와중에 집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공원을 한바퀴 돌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다리로 땅을 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땅이 나를 들어올리는 것 같았다. 때로는 다리가 이기고 때로는 땅이 이기는 것 같은, 힘겨루기를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새벽에 찬공기 가득한 공원에서 한참을 휘청거리며 돌아다녔다.
앞으로 가면서 주변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내가 느꼈던 그 긴장 상태는 계속됐다. 공원이 너무나도 적막하고 가라앉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인지, 문득 내가 잠자는 공원의 주인들을 깨운 불청객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던 것 같다.
나는 취기와 추위를 온전히 느끼는 상태로 겨우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현관 바닥에 드러누웠다. 깜빡, 깜빡. 현관 천장의 센서등이 눈에 들어왔다. 태양 같기도, 달 같기도 한 모양의 저 아이는 항상 저 위에서 빛을 내뿜는다. 주위의 변화를 끊임없이 감지하면서 산다. 안과 밖의 중간지대에서. 한동안 누워있었더니 불이 꺼지고 집 전체가 암흑으로 변했다. 한번 손을 휘둘렀더니 센서등은 휙 던지듯 번쩍 불을 켜줬다.
언젠가 새벽에 혼자 화장실에 있는데 갑자기 현관이 밝아진 적이 있다. 한동안 불이 켜진 상태 그대로 있었다. 조금 무서워지려던 찰나에 불이 꺼졌다. 그때 저 아이가 무엇을 “느낀” 것인지 모르겠다.
#Daniel Monroy Cuevas #presence
3. January 6, 2033 - Rainy ︎
Yesterday, I met my high school friends. It's been such a long time. We used to have a New Year's party every year, but last year we couldn't.
Maybe that's why I was excited a little too much this time. I talked so much that I still have a sore throat. Honestly, I got hammered last night... I started drinking nice and easy, and it ended up over my limit.
The next thing I knew, I was in a park near my house. I was walking around the park, not going home straight. My drunken body moved from here to there in a slow shamble. I felt like I was pushing the ground with my legs, but in a way, the ground seemed to lift me up. I felt strongly that my legs and the ground were fighting back and forth. At dawn, I wandered around for a long time in a park full of cold air.
As I moved forward, my surroundings changed, but the tension that I felt continued. Maybe because the park was so quiet and calm, I was suddenly thinking that I was an uninvited guest who woke up the sleeping owners of the park.
I managed to get home feeling completely drunk and cold. As soon as I got home, I lay on the floor near the front door. Blink, blink. The sensor light on the ceiling caught my eye. That dude, shaped like the sun or the moon, always radiates light up there. Constantly sensing changes in its surroundings, in the middle of the inside and outside. After some time, the lights went out and the whole house turned dark. I swung my hand once and the sensor light turned on as if I were throwing it.
always radiates light from above. They live while constantly “sensing” the changes around them. In the middle of the inside and outside After lying down for a while, the lights went out and the whole house turned dark. I swung my hand, the sensor light flashed on as if it’s throwing light.
Some time ago, I was alone in the bathroom at dawn and suddenly the front door place was lit up. The light remained on for a while and went out when I was about to get a little scared. I don't know what the dude “sensed” at that time.
#Daniel Monroy Cuevas #presence
4. 2033년 1월 12일 - 구름 많음 ︎
오늘은 괜히 우울한 날이었다. 재밌는게 있나 볼겸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봤다. 지난번에 접속하고 벌써 2-3년은 지난 것 같다. 아이디와 비번을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어디 따로 적어두던가 해야지...
‘과거의 오늘’을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났다. 같은 날짜에 올린 포스팅이 있나 보려고 빠르게 휘릭 휘릭 내려가 봤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1년 전 오늘 나의 하루를 마주할 수 있었다.
커피 사진이었다. 11년 전 오늘 낮 시간에 나는 카페에 있었나 보다. 완전 잊고 살던 과거의 기억이다!! 그 시절의 내가 습관처럼 매일 주문해서 마시던 커피였다.
사진에는 이런저런 해시태그가 많이 걸려 있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왜 이 사진에 걸어두었던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예를 들어 #mutual 같은. 무엇이 상호적으로 느껴졌던 걸까? 그때는 분명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저 해시태그가 뜬금없게 느껴진다.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붙여서 무언가 특별함을 찾아내고, 사람들로부터 확인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낯설게 느껴진 것은 해시태그뿐만이 아니다. 일주일에 5-6일은 마시던 커피인데 지금 보니 왠지 모르게 새롭다. 테이블 위에 놓인 검고 따뜻한 액체와 표면을 반쯤 덮은 크레마. 그리고 이것을 품은 말끔한 모양의 컵과 거기에 박힌 매력적인 로고, 군더더기 없는 서체. 이 모든 게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이때는 내가 취업 준비를 위해 나의 모든 영혼을 갈아 넣을 때였다. 이 커피야말로 내 영혼이 저 어둡고 습한 지하세계에 처박히지 않도록 위로해준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 우습게도 학생시절의 나, 리틀 헉슬리는 프랜차이즈 카페로부터 구원을 받았다. 정확히 말해서 프랜차이즈는 내게 고통을 주고, 구원해주기를 거듭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저 카페로 이끌고, 무력이 아닌 보편적인 가치로 나를 매혹했다. 온화한 미소를 띤 부처님보다도 더욱 나의 가까이에 있던 존재다.
#Minseok Chi #Franchise #TheHunderedEightGods
4. January 12, 2033 - Cloudy ︎
Today was a gloomy day for nothing. I went on Instagram to see if there was anything fun. I guess it's already been two or three years since I logged in last time. It took a long time to find my ID and password back. I should write it down somewhere…
I travelled time with it to have a quick check about what was up for this day in the past. I quickly went down to the feed, and I was able to meet my day 11 years ago.
There was a photo of a cup of coffee. 11 years ago today afternoon, I was at a cafe. I realized that the memory of this coffee was buried somewhere in the dark!! I used to order it every single day like a habit.
There were a bunch of hashtags added to the photo. I had no clue why some of them were there. For example, #local. On what point did I feel local? It must have meant something back then, but for now, that hashtag feels out of place. I guess I wanted to add some magic powder to the photo with some rhetoric and get sympathy from people.
Hashtags are not the only ones that felt unfamiliar. I used to drink coffee five to six days a week, but now that I see it, I feel strange. A black, warm liquid on a table and a crema half-covered on the surface. And a clean cup with this in it, a charming logo on it, and a free handwriting. All these things are finally noticeable. Feels like they caught my eye just now.
The days when I was stuck and challenging myself on job hunting. I think this coffee comforted my soul :P That's funny. I was saved by a franchise cafe. To be exact, this franchise has repeatedly inflicted pain on me and saved me. The invisible force led me to the cafe, and fascinated me with universal values. At that time, this value has settled in me, closer than the Buddha with a gentle smile.
#Minseok Chi #Franchise #TheHunderedEightGods
References
Minseok Chi, Pedestrian for Grown-ups - Tao Te Ching (2), Hankook Ilbo Mexico, September 28, 2020.